
내가 율법을 부수러 왔다고?
【갈릴리 예수산책】 예수의 율법관 ❶
내가 율법을 부수러 왔다고?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 5:17-20)
기독교 신앙생활이란 관계다. 하나님과의 관계요 또 사람과의 관계다. 그래서 십계명이 1계명에서 4계명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말했고, 5계명부터 10계명에 이르는 여섯 개의 계명이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십계명이 신앙생활의 요약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과의 관계로 정리된다. 마찬가지로 산상수훈은 팔복과 소금과 빛의 말씀을 빼고 나면, 사실 5장은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말씀이다. 그리고 6장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르쳐주고 있고, 7장은 그 둘 모두를 종합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이게 산상수훈의 기본구조다.
그런데 5장 17절부터 시작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말씀을 펼쳐 내시면서 예수님은 당시 바리새인과 같은 종교지도급 인사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으셨다. 모세의 율법을 다 깨뜨리는 사람처럼 보여졌다. 안식일에 8킬로미터 이상 걸어서도 안 되고, 물건을 들어서도 안 되며, 노동을 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나 예수님은 안식일에 밀밭에 가셔서 이삭을 주워 드시거나, 또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시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셨다. 안식일 규범을 깨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절대로 상종해서는 안 되는 이방인을 만나셨다. 죄인으로 여겨지는 창녀나 세리들과 밥을 함께 드셨다. 또 금식을 일주일에 두 번은 해야 하는데 금식은 커녕 포도주를 즐겨 드셨다. 심지어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실 때 손을 씻지 않고 드셨다. 정결례를 어겼다. 사람들은 “저 양반, 율법을 깨뜨리러 온 사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했다.
이 본문은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이 율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시는 장면이다. 바로 5장 17절부터 20절까지의 말씀이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하는 바울 사도의 가르침,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아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외쳤던 마틴 루터나 칼빈이나 요한 웨슬레 같은 개신교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을 무색하게 하는 말씀이다. 율법은 필요 없고 오직 믿기만 하면 된다는 절대적 신앙주의를 뒤집는 선언으로 들린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나는 완전하게 하려 왔다.”고 일갈하신다. 그리고 “천지는 없어질지언정 율법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천지가 없어질 때까지 율법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신다. 만일 교회에서나 회당에서나 어디에서든지 율법의 작은 계명, 일점 일획, 즉 히브리어에서 점을 뜻하는 ‘요드’ 하나도 무시하지 마라. 생기다 만 것 같이 생긴 점 하나도 버려서는 안 된다.
이렇게 작은 점 하나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키지 않거나 행하지 않거나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천국에서 소인이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거기서 작은 자가 될 것이고, 이 작은 계명조차도 잘 가르치고 행하는 사람은, 천국에서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