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의 조건 :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 (2)
【갈릴리 예수산책】 기독교 구원론 - 9
구원의 조건 :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 (2)
바울 자신에게 믿음은 천지개벽할 깨달음의 결정체였다. 그는 어린 시절 지금 터키 중남부의 다소에서 태어난 해외파 유대인으로서 어린 시절 예루살렘으로 역유학을 와서 당시 바리새파 최고의 학자 가말리엘 밑에서 율법을 수학한 수재였다. 그는 머리보다 가슴이 뜨거워 율법수호에 목숨을 걸고 충성했던 열혈 바리새인이었다. 그 열정이 스데반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힘들게 했다. 그런 그였다.
그러나 그가 부활한 예수를 만나고 아라비아 사막에서 3년의 깊은 침잠의 기간을 보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으나 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할 수 없이 고향 다소로 가 10년의 세월을 보내다, 안디옥교회의 초청으로 공동목회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이방인의 사도로 지중해 연안을 세 차례를 돌며 마지막 인생을 불태웠을 때, 그가 오롯이 전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하나님의 구원“이었다. 이 세상에 어떤 율법의 거룩함도, 윤리적 행위도, 종교적 수행도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구원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바울에게 있어서 믿음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은혜의 선물이며, 구원의 연결 고리이다. 바울은 믿음이라는 것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사용했다. 하늘로부터 내려와 구원하는 은총으로서의 믿음(faith)과 인간이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믿음(trust)이다. 앞서 말한 바울의 믿음은 바로 은혜로서의 믿음이다.
이것은 인간이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많이 읽고 기도를 많이 하고 봉사와 선교에 힘쓰면서 생겨난 믿음이 아니다. 어느 순간 예수를 만나면서 내 속에 생겨난 믿음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진 믿음이다. 예수가 믿어지고, 그의 십자가와 부활이 믿어지고, 예수가 그리스도인 것이 믿어진다. 그래서 이 믿음을 ‘믿어지는 믿음’이라고 한다. ‘은혜로서의 믿음’이다. 수동적이다. 주어진 것이다. 100퍼센트 아니면 0퍼센트이다. 1퍼센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람 사이에 차별이 없다. 하늘이 준 믿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바울은 노력으로서의 믿음도 이야기한다. 내가 애써서 채우는 믿음이다. 열심히 말씀을 보고 기도하고 노력하여 쌓이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앞의 ‘믿어지는 믿음’ 이후에 오는 ‘믿어주는 믿음’이다. ‘은혜로서의 믿음’이 아니라 ‘은사로서의 믿음’이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믿으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믿음이다. 사람 사이에 차별이 있는 믿음이다.
어떤 이는 병고치는 믿음이 있고 어떤 이는 병고치는 믿음이 없다. 예수님께 병고침 받으러 왔을 때 예수님이 물어보았던 믿음이 이런 믿음이다. 예수님의 질문 앞에 사람들의 믿음은 천차만별이었다. 믿음이 강한 이도 있고 약한 이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의심없이 믿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의심하며 믿는다. 100퍼센트 믿음이 있는가 하면, 50퍼센트 믿음이 있다.
바울은 구원을 얻는 데 ‘믿어지는 믿음’도 필요하지만, ‘믿어주는 믿음’도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 최소한 인간이 구원받는데 필요한 조건으로서의 믿음의 차원도 설명한다. 구원의 역사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측면의 믿음을 말하는 것이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롬 10:9).“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롬 10:10).“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롬 10:11).“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입으로 시인하고, 마음으로 믿는 것은 인간의 적극적인 행위이다. 거저 주는 선물이 아니다. 노력해야 한다. 입을 벌려야 하고 마음이 믿고자 애써야 한다. 믿고자 하는 마음을 먹어야 하고 입으로 고백하고 인정하려 해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구원의 말씀을 듣고 또 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단히 수고해야 하는 믿음이다. 구원의 말씀에 대한 마음과 입과 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믿음의 세계이다. 이 믿음은 사람에 따라 어떤 이는 100퍼센트 충만한가 하면 어떤 이는 20퍼센트 빈약할 수 있다. 사람마다 틀리고,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