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밀구제론
【갈릴리 예수산책】 은밀구제론 ❶
은밀한 구제는 모세보다 위대하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1-4)
마태복음 6장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한 말씀이다.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 즉 신앙의 문제를 이야기하시는데, 예수님이 내놓으신 세 가지 주제가 바로 구제와 기도와 금식이다. 구제나 기도나 금식을 할 때 핵심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의를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누구에게 상을 받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하늘의 상을 받을 것이냐, 사람이 주는 상을 받을 것이냐?”
먼저 구제 이야기를 하시는데, 외식하는 자처럼 사람에게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나팔을 불지 말라 하신다. 그들은 자기로부터 상을 이미 받았다. 나팔을 불었으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 은밀하게 구제하라. 은밀하게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으실 것이다.
랍비 엘리에젤은 일찍이 “은밀하게 구제하는 자, 모세보다 크도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제라는 히브리 말이 없었다. 남을 돕는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당한 말을 못 만들었다. 그러다 만든 단어가 ‘정의’다. 남을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공의, 하나님의 정의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정의’라는 말을 ‘구제’에다가 갖다 붙여버렸다.
정의라는 말의 히브리어가 ‘쩨데카’이다. 곧 정의가 구제요, 구제가 정의다. 사람을 돕는 것이 정의라고 했을 때 구제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완전히 달라진다. 타인을 돕는 동기가 불쌍해서가 아니다. 마땅해서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은 마땅히 받을 권리가 있고, 넉넉한 사람은 마땅히 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체데카가 뜻하는 정의이자 구제의 의미다. 자선이 아니다. 자랑할 것도 없고 비굴할 것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보면, 유대인들을 돈에 대하여 집착하는 구두쇠로 묘사되지만, 사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제를 하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다. 유대인처럼 구제를 많이 하는 나라가 없다. 유대인은 항상 자기 소득의 십분의 일은 남을 위해 쓰도록 아예 종교적 계율로 정해져 있다. 심지어 구제를 받는 사람도 구제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 하나님의 형상을 타고 태어났는데, 타인을 돕는 행위는 곧 하나님을 섬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제를 할 때 결코 우쭐하지 않는다. 그리고 구제받는 사람을 불쌍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당연히 받을 사람이 받은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