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산할 줄 모르는 사람이 천국에 들어간다
【갈릴리 예수산책】 산상수훈편 – 천국자격론 2
계산할 줄 모르는 사람이 천국에 들어간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2-23).”
우리는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했다고 계산할 수 없다. 21절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주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하고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었는데 왜 그것이 불법을 행한 것인가? 하나님은 왜 평생 주의 이름으로 주를 위해서 살아온 사람에게 떠나가라고 소리를 치시는가? 자기가 한 일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해 놓았다가 줄줄 외워서 하나님께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고 깊이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계산해낼 수 없다. 자신이 한 일에 자신의 이름을 넣을 자신도 없다. 그저 모든 일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노라 고백하고 물러갈 뿐이다. 그런데 굳이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나열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율법적 가치관에 매몰된 사람이다. 철저히 자기의 의를 드러내기를 기뻐한다.
언젠가 어떤 교우 분이 나에게 급하게 요청을 하셨다. 병원에 남편의 어린 시절 친구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실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신앙이 없는 분인데 예수를 전해서 믿게 하여 세례까지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별히 큰 아들이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목회자로서 병상에서 세례를 많이 베풀어 봤지만 의식이 없는 분에게 세례를 주기는 처음이었다. 상식적으로 주님을 영접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 의지가 있어야 하고, 또 자기가 말로써 고백하여야 할텐데 의식이 없는 분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줄 것인가? 참 막막한 마음으로 가방에 세례 그릇을 담고 성경책을 들고 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앞이 캄캄했다. 온 가족이 둘러보는 자리에서 나는 예수의 복음을 전했는데 말이 풀리지를 않는다. 너무 어색하고 썰렁해서 시편 23편을 펴고 귀에다 대고 간절히 읽어드렸다.
그때 그 순간 내가 체험한 것은 내가 스스로 말하려 할 때와 성경 말씀에 의지해서 읽는 것이 얼마나 다른가? 내가 나의 말을 하고자 할 때는 말이 꼬이더니, 일단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는 말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시편의 말씀을 읽어주면서 그냥 말씀에 의지해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나님 알아서 하세요.’ 아무런 의식도 없어 보이고 하나님이라고는 전혀 믿지 않는 분에게 말씀을 전하고 그릇에 물을 담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다. 이 분이 예수를 마음속으로 영접했는지, 그래서 구원을 받은 자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믿음으로 그에게 세례를 베풀며 하나님의 자녀임을 선포해버렸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마음대로 하세요. 정말 저는 모르겠습니다. 살리시든지 죽이시든지 주님 알아서 하세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판단할 수도 계산할 수도 없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일인지 나의 일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할 때 그것이 정말 하나님의 일이 된다는 것은 내가 그 일에 쓰임은 받지만 내가 했다고 말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거나, 아니면 잘못한 것 같은 후회감이 들 때이다. 누가 수고했다고 하면 정말 창피할 정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분이 세례를 받은 후에 돌아가시지 않고 회복되어서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가족들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죽을 것으로 알고 임종기도를 하고 세례를 베푼 것이 오히려 살아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의 말씀은 이것이다. “내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을 했어요. 제가 주의 이름으로 권능을 행했어요. 제가 주의 이름으로 교회일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 내쳐짐을 당해요?” 왜 그런가? 내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일을 이루었고, 무엇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자신의 업적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는 매우 역겨우신 일이다. 하나님이 모두 하신 일을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주권을 빼앗는 일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원리를 뒤집는 행위다. 이것은 율법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계산법이다. 자신의 행위를 계산하는 자, 하나님으로부터 버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