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분별이다
【갈릴리 예수산책】 산상수훈편 – 비판론 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분별이다
4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6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심판하지 말라는 말씀에 이어 6절은 앞의 구절들과 맥락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듯 하고, 다른 듯 하지만 사실은 같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무슨 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남을 심판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 그리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그런데 6절은 이를 또 뒤집는 말씀처럼 보인다.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리를 말하지 말라. 진실을 짓밟고 왜곡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말라.
남을 심판해서는 안 되지만, 분별은 하라는 것이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 거룩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존재에게 거룩을 말해서는 안 되며, 진주를 귀한 줄 모르는 존재에게 진주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개는 거룩한 것을 속되게 만들고, 돼지는 진주를 돌가루로 만들 존재들이다. 앞의 1절과 5절에서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을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덧붙이신 말씀으로 보인다.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재판관처럼 심판할 자격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희가 다 바보는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타인의 잘못에 대해 심판할 입장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분별력까지 잃어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판단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다 분별하고 있어야 한다.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타인의 선과 악을 분별하고 있다. 이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모두 분별하고 있으라는 말씀이다.
국민을 개, 돼지라고 발언했다가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받은 고위공무원이 있었다. 그가 혼난 이유는 국민을 개와 돼지라고 심판했기 때문이다. 속으로 개, 돼지라고 생각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분별은 속으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면 심판이 될 수 있고, 그 심판은 항상 또 다른 심판을 가져온다. 예수님에게도 개, 돼지가 있었다. 삼 년 동안 다니시면서 개, 돼지같은 존재들이 있었다. 첫 번째 개, 돼지는 헤롯 안디바스였다. 예수님이 여우라고 표현했던 자이다. 두 번째 개, 돼지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었다. 어떤 말씀을 해도 짓밟기 바쁜 자들이다. 어떤 진리를 말해도 거부한다. 그래서 주님은 이들을 회칠한 무덤, 독사의 새끼라고 몰아붙이셨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개, 돼지가 누구인가? 하나님의 분명한 증거를 보고도 하나님에 대해서 냉혹할 정도로 냉담하게 경멸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칼빈의 해석이다. 도저히 병이 깊어서 치유할 수 없는 사람들, 자신을 악한 존재에 완전히 맡긴 사람들,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을 성령의 역사를 모독하는 자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진실을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으려는 사람, 어떤 하나님의 말씀을 해도 눈을 탁 막고 있는 사람, 어떤 얘기를 해도 부정적으로 듣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예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예 그런 사람에게는 복음을 전하지 마라. 아예 그 사람에게 무슨 진지한 말을 하지도 말고, 지적하지도 말고, 도와줄 생각도 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너의 선의를 다 짓밟을 뿐이고 오히려 해악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향하여 마음의 창을 닫은 사람들에 대해서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발의 먼지나 떨 것을 말씀하신다.
중요한 것은 분별이다. 분별이란 말로는 하지 않지만, 이미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영적 행위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상반된 말씀을 두 가지 다 하셨다. 하나는 심판하지 말라. 말로써 심판하지 마라. 그리나 분별하라. 선과 악을 분명히 분별하고, 진리와 거짓을 확실히 분별하라. 그리고 함부로 하나님에게 마음을 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상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러므로 네 눈을 먼저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네 속에 있는 들보를 빼는 것, 즉 자기성찰이 얼마나 중요한가. 먼저 자기를 돌아보는 것, 모든 신앙의 첫 출발이자 이웃사랑의 시작이다.